곰곰히 생각해본다.
내가 어려서부터 받아온 상처들중에
내안에 큰 흔적으로 남은것들이 무엇이었었는지.
이 정리를 해놓을 생각을 해왔다거나 그런건 아니었지만
이런것도 시간의 흐름속에서 문득 떠오르거나 정리의
필요를 느낀다.
그래서 뭐였을까 했는데
내면에 상처를 가지고만 있었지 그걸 자각하지 못한것들이
몇개 있는 것 같고 그 상처들이 나에게 어떤 영향이었는가
부분은 더더욱이 몰랐어서 그런 저런 상처들이 겹겹이 쌓여
타인의 조그만 말들과 행동이었을지 모르는것들에도 민감하기
그지없는 시간을 보내온게 이제와서야 안타깝다고 하면 시간만
아까운일이 될테고. 나는 또 자책을 하게 되겠지.
그러나 써야겠다.
나의 상처는 중고등때 크게 크게 주름지어져 온 것같다.
그렇지만 어려서 큰 기억 두가지는.
어느날 햇빛이 찢어지게 드는 날 오후 ,
나는 국민학교3학년 이었고 집에아무도 없는데
얼마나 할일이 없고 심심한지 그 빛이 드는 작은 방에서
창호지로 투과되어오는 빛과 함께 구석에 앉아있던,
소음마저도 너무 없어 귀를 때리는 미약한 이명소리만
삐하고 울려대던 그날을 아직도 선연하게 기억한다.
왜 혼자였을까. 왜 엄마는 정말 내곁에 있어줬으면 했을때
항상 없었을까. 이 날 그 어떤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그 빛이 나에게 큰 자국을 남긴건 분명하다.
외로움의 세포가 온몸에 퍼진날 아닐까.
오빠와 같이 사촌언니네서 겨울방학을 보내게 되었던
5학년때, 고집을 피워 핀잔을 듣고 그러고서 바로 모두가
교보문고에 책을 사러 나가는데 안간다고 하니 정말로 나만두고
모두가 나가버려서 그날의 충격도 좀 컸던 것 같다.
어둡디 어두웠던 그 날 오후를 아직도 기억한다.
마음속에서 오빠가 깊게 미워진 날이었다.
나는 그날 버림받았다. 나의 내면에서, 그리고 그들에게서도.
HOT에 미쳐살던 중학시절 내방에 붙어져 있던 이재원의 브로마이드.
가장 좋아하는 사진컷이었고, 가장 잘보이는곳에 붙여두었던.
나의 탈출구 같았던 사람들. 그사람들의 노래 춤 모든것이
나의 위로였는데. 어느날 내가 무슨잘못을 했는지 정확치는 않지만
오빠와 타툼이 있고나서 엄마가 그길로 오빠를 데리고 내방에 들어와
그 브로마이드를 오빠보는 앞에서 처참하게 찢어버린 일은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벌렁거려서 수습이 안된다.
가슴속 심연에 오빠와 엄마의 이름이 아닌 저사람들은 내 적이야
내 가족이 아니야 엄마 아니야 오빠 아니야 이런 생각의 도화선에
불을 지핀날이 바로 이날. 찢은게 문제가 아니고 그 일이 진행되는
과정이 나를 처단하는 느낌이 지배적이어서 더 충격적이었던 것 같다.
그날 찢어진건 이재원의 브로마이드였지만 정작 갈기갈기 찢어진건
내 어린 마음과 내면이었다. 쓰면서 생각하니 여전히 고통스러운 날.
중학교 2학년이 되어 은송이와 두번째 같은반이 되고
우리는 미스코리아보다 더 예쁜 교생선생님을 맞았다.
그녀는 그저 아름다웠고 아름다웠으며, 아름다웠다.
거의 하루를 같이 하는 은송이에게 일이 생긴건 교생선생님이
우리반에 오고 얼마 지나서. 송이가 나에게 이야기했다.
어떤 남자에게 전화가 왔다고. 그사람은 다름아닌 교생선생님의
남동생이라고. 그사람과 사귀게 되고 우리는 곧 수학여행을 떠났으며
그날 아침에 만나러가는 길까지 동행해주었고 그사람관련해서 모든
비밀들과 과정을 함구해준 나. 사건이 터진건 남친이 된 교생선생님의
남친과 오토바이를 타고 솔재를 넘나들다 마침 차타고 지나던 엄마눈에
띄어 부랴부랴 전화와서 너희엄마와 서로봤으니 어쩌면 좋겠냐는 말에
우선 알겠다고 하고 널 연막쳐 주었던 일. 은송이야 지금와서 생각하면
내가 너 관련해서 그 어떤 이야기도 그 누구에게도 발설치 않은걸
나는 나 나름대로 내 내면의 자부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것도 좀 웃기지
누가 지켜달라고 한것도 아닌데 괜히 혼자서 그것도 어떻게 보면 다 내가
좋아서 그런걸지도 모르는데 그렇지 ? 너는 그냥 언제나 너일뿐이었고
나랑 여정이는 너가 새친구가 생기기 전까진 그냐 옆에 있을 뿐이었잖아.
우린 어렸고 언제든 변하는 상황앞에서 서로에게 얼마든지 상처줄수 있는
말그대로의 사람이었으니. 그래도 그사람하고 키스한것까지 이야기했을땐
중학교 2학년 멘탈로 감당키 힘들었단걸 지금에서야 고백해본다.
그땐 너가 친구로써 너무 좋아서 네가 예쁜얼굴을 한 전형적이 썅년인걸
전혀 몰랐었는데 그런 병신력또한 나의 잘못이다 싶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랑 친구였던게 후회가되냐 그러면 그것도 아니라서 참 노 답.
널보며 참 언제나 신기했어. 누구하나 널 싫어하는 애도 없었고 공부도
적당히 잘하고 집도 잘살고 얼굴도 예쁘지 그러니까 남자들도 다 너좋다고 하고
너같은 애도 있구나 싶었지. 교생선생님 남동생이 교사수첩에 붙어있는
우리반 48명아이들중에 널 보고 너네집으로 전화해서 너랑 사귀게 된걸 보면
너가 얼마나 예쁜아이인지 두말하면 입아픈거겠지. 그래서 더 네가 부러웠다.
너랑 같이 있으면 있을수록 더. 지금에서야 알겠어. 너랑 같이 한 내내 널 부러워
했지만 가슴속 깊은곳에선 나도 너처럼 될수있고 그러고 싶다는 열망이
너무 강했다는걸. 은근히 상하관계가 되어 지내온것도 그렇고 하지만 넌
그런 상황도 유연하게 넘길만큼 예쁜만큼, 힘도 있는 아이였지.
널 보며 많은 자괴와 박탈감을 배운 것 같다. 넌 친구로써 중학교3년내내의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 언제나 짝사랑에 실패하고 아침마다 너희집으로 가서
같이 등교하고, 하교하고. 밥같이 먹고 공부같이하고. 어땠어 ? 궁금해.
고등학교 되기전에 너와의 마지막 통화가 나의 내면에 큰 상처를 낸걸
모르겠지. 같이 학교에 다녀도 그게 마지막이란걸 너도 그리고 나도
알았던 그 통화. 지금생각해보면 있잖아 도서관 정문 앞 공중전화에서
너한테 전화를 걸었을때 그때한참이던 오방빵을 사준다고 해도 너가
나오지 않는다고 할걸 이미 난 알고 전화를 했어 너가 나오지 않을 거란걸
알고 있었는데, 그냥 전화했어. 왜그랬나 싶은데 지금생각해보면
그날 너무 갈데가 없고 외로웠고 위로가 필요했던 것 같아.
갈데라곤 집밖에 없는데 집은 길에서서성이는 것보다 못한때라서
어디라도 가야했고 누구라도 만나야했는데 그때 나한텐 너밖에 없었어
여정이보다 비교적 외출 자유로웠던 너였는데 그냥 안나온다고 대답한
너를 내가 알아서 으레 집에서 못나가게 하나보다 하고 말았지.
그날의 너의 그 한번의 거절이 얼마나 컸는지 그 이후 다 커서도 받은
이런저런 거절들이 나에겐 별로 크지 않았다. 어떤 형태의 거절의 끝에서도
너의 그날이 종종 생각날때가 있었어. 그랬었다고.
대학때 싸이에서 다시 만난 너는 방명록을 통해 적당히 그리고
다신 만날일 없을 머나먼 이국땅에 있는 별로 안친한 친구 대하듯
했었지. 그때도 이런 것들을 전혀 몰랐었는데. 시간이 지난다는건
역시 무서운 일 같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절대 그게 아니라는걸
나는 알아가고 있거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으니까.
어쨌든 결과적으로 나에게 큰 깨달음을 준 너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 널 정말 많이 좋아했어.
친구라는 존재로 사람대 사람으로 내가 태어나 만난 사람중에
가장 순수한 마음으로 가장 정직한 눈으로 본 사람중에
너가 가장 내가 잘 평가하고 좋아하며 부러워했던 사람이
너였거든. 아무런 계산없이 그냥 사람하나만 좋아했던 사람이
유일하게 너야. 물론 나이가 어렸으니 가능했던 일일테지만
어쨌뜬 너다. 은송이 너.
너의 안좋은면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지금 여기 이 글에서도
그런부분을 적고싶지 않은걸보면 널 얼마나 내가 높이샀는지
쓰다보니 나의 이 태도에 내가 더 편승하는 것 같은데
아니 안그래 그때의 내 마음은 진짜, 레알이었거든.
이민정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지.
천하에 없는 썅년이란 타이틀이 아깝지 않을정도에 그래서 에피가
너무 넘쳐나서 쓰고싶지도 않지만 강도의 강약을 떠나서 나를 가장
빡치고 황당하게 만들었던 사건이 내가 그여자에게 이것밖에 였던가
싶어서 아직도 할말을 잃게 만들었던 사건. 둘이 어떤 이야기를 해도
우리둘 사이 말고는 나가는일이 없는 사이였는데. 그렇게 믿은것도
바보같은 일인지 모르지만 믿고 한 이야기, 그것도 그냥 타인에 대해
추측한 이야기 그보다 더한이야기도 더 많이 하고 지내온 어린 20대초반
여자둘이 그저 한 이야기 왜 그이야기를 당사자에게 전했을까
왜 전해서 그 이빨좀 턴다는 애가 열이 받다 받다 못해 오죽하면
전화나 말도 아니고 문자로 꾹꾹 눌러담은 한통으로 날 압박했나
더 황당한건 내가 확인차 전화해서 물으니 당당함 어디로 가고
전에 없던 미안함으로 점철된 목소리 거기에서 한방 먹었구나
알았어야 했는데 그때도 난 거기서 멈추지 못했지. 아마 당신은
그걸 알고 있었을거고. 이날도 나의 기억에서 떠나지 않는날이 되었지.
결혼전 정리는 이정도로 해야겠다.
학교때의 상처도 상처인데 적으려고보니 위에 적힌것들보다
참을만 했던 것 같아서 생략.
이렇게 쓰고보니 정말 오늘 정리한 것들이 큰것 같네.
심심할때 봐야겠다
보면서 괴롭긴하겠지만




최근 덧글